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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堂-감사 찬미 제사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우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에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 2사무 5,1-3. 콜로 1,12-20. 루카 23,35ㄴ-43)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우도)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전해주는 우도 직천당 사건!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아 자비의 복음서인 루카 복음서는 죄인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놀라운 사건, 우도 직천당 사건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유일무이한 왕이요 영원한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지닌 왕, 으리으리한 구중궁궐 속에 거처하시는 왕이 아니라, 우리의 죄 때문에 죄인들과 함께 거리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속죄의 왕이셨습니다.

운명하시기 직전 단말마의 호흡을 내쉬는 상태에서도 대죄인을 용서하시고, 그에게 하느님 나라를 굳게 약속하시는 자비의 하느님이셨습니다.

십자가형에 처해지신 예수님께서는 그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죄인들에게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 하나를 남겨주셨습니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사목활동 한 가지를 수행하십니다. 극악무도한 죄인 우도를 구원으로 초대함을 통해 세상의 모든 죄인들에게 희망을 건네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성 금요일 골고타 언덕에는 예수님 홀로 십자가형에 처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두 죄수가 함께 십자가형에 처해졌는데, 편의상 예수님 오른쪽에 매달린 죄수를 우도, 왼쪽에 매달린 죄수를 좌도라고 칭합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10분 혹은 20분 전쯤이나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좌도가 많이 괴로웠나봅니다. 예수님을 향해 빈정거리며 놀려대고 모독하기 시작합니다.

“여보시오! 예수라는 양반! 당신이 메시아라메!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죽을 지경인데, 당신도 구하고 나도 좀 살려주시오!”

그때 좌도보다는 훨씬 인간성이 좋았던 우도가 이렇게 좌도를 꾸짖습니다.

“어이, 너 좀 조용해하라!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악행을 봐서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은 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그러고 나서 예수님을 향해 고개를 쳐듭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어려운 부탁을 예수님께 올립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정말 충격적인 말씀을 한 마디 던지십니다.

“야, 우도,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거길 가겠다는 거야? 네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이 몇 명이냐? 그리고 등쳐먹은 돈은 얼마냐? 그런 네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겠다고? 이런 주제 파악도 못하는 놈!”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피투성이의 얼굴로도 우도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시며 이런 말씀을 건네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애자제 사도 요한에게도, 수제자 베드로에게도 건네지 않았던 말씀, 100% 구원을 확증하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우도는 누구였습니까? 자기 말로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해 빈정되는 좌도를 향해 우도가 한 말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우도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죄만 짓고 살았습니다. 사람도 죽였을 것입니다. 극악무도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해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재판에 넘겨져 가장 무거운 형인 십자가형에 처해진 것입니다.

그런 우도가 죽기 10분전에 하느님께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도에게 천국을 약속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도의 구원 가능성을 0%로 봤는데 예수님께서는 100%로 보신 것입니다.

‘우도 직천당 사건’은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죄와 치명적인 과오, 오랜 악습과 방황의 세월로 인해 괴로울 때 마다 우도직천당 사건을 묵상하며 새롭게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