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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

<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런 매듭을 통해서

안으로 여물어 간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 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묵묵히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을 바라보고

더러는 거칠거칠한

줄기들을 쓰다듬으며

내 속에 고인 말들을 전한다.

겨울 나무들에게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 간다는 사실에 있다.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이런 것이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 법정 스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