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곰삭한 맛

<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

맑은옹달샘 2023. 12. 11. 17:35

 

나환우 시인인 한하운 씨의 전라도 길이다.

<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