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왜 절해유?
<걸은 만큼 가벼워진다>
맑은옹달샘
2023. 12. 12. 09:34

<걸은 만큼 가벼워진다>
짐승들은 달리고,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지렁이는 기고,
인간은 걸었다.
하지만 이제 인간들만이
걷지 않는다.
걷기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버렸다.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잘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온존하게 하는 몸짓이다.
자신을 버려
자신을 돌아 봄이다.
걸음에서 자신을 찾는 것이다.
걷는 것은
또 다른 비움이다.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음이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다.
걸음은 나를 다른 곳으로
실어가는 것이다.
나를 어느 한 곳에
가둬 놓지 않음이다.
자유다.
또 걷다 보면
가진 것이 짐이 되고,
가진 짐이 무거워진다.
많이 지고 갈 수 없으니
자연 가진 것을
풀어놓아야 한다.
이는 비움도 되고,
나눔도 되고,
베품도 되고,
또 자유도 되는 것이다.
걸음에 모든 것을 맡기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내면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른바 양심의 소리다.
양심의 소리는
자기를 선명하게 비춘다.
내 안의 모든
욕망이 불려 나온다.
악취 나고 볼썽사나운
욕심덩어리들,
이윽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우리는 양심의 소리를
망각하고 살아간다.
우리를 위해, 나만을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양심이 생기면
슬며시 버린다.
그래도 양심이 나타나
마음을 흔들면
세태에 기대거나
세상을 탓한다.
걸음도 그렇다.
내 건강이나 이익만을 위해
걷는다면
내면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도법스님의 생명평화 순례기<사람의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