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며 목 축일 샘-法頂

< 나눔의 기쁨 >

맑은옹달샘 2024. 3. 14. 19:37

< 나눔의 기쁨 >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쌓이면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서

내 거처 주변으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내가 콩이나

빵 부스러기 같은

먹을 걸 놓아 주지요.

작고 귀여운 박새가 더러 오는데,

박새한테는 좁쌀이 필요하니까

장에서 사다가 주고 있답니다.

고구마도 짐승들과

같이 나누어 먹습니다.

밤에 잘 때는

몇몇 짐승들이 물을 찾아

개울로 내려옵니다.

눈 쌓인데에 가보면

개울가에 발자국이 있습니다.

토끼 발자국도 있고,

노루 발자국도 있고,

멧돼지 발자국도 있지요.

목이 마르니까

물을 찾아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 짐승들을 위해

해질녘에 개울가로 나가

도끼로 꽁꽁 언 얼음을 깨고

물구멍을 만들어 줍니다.

물구멍을 하나만 만들면

그냥 얼어 버리기 때문에

숨구멍을 서너 군데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야 공기가 통해

잘 얼지 않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이런 것이 내게는

나눠 갖는 큰 기쁨입니다.

그러니까 나눔이란

특별한 게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에게 끝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랍니다.

- 법정 스님의 참 좋은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