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밭도 아름답다>

맑은옹달샘 2024. 4. 4. 09:59

<밭도 아름답다>

바다도 아름답지만

밭도 아름답다

바다는 멀리 있지만

밭은 가까이 있다

바다는 물의 시지만

밭은 흙의 시이다

상추, 쑥갓, 파, 마늘

무, 배추, 당근, 오이

흙냄새 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새로움, 널라움

고마움의 빛

나는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열려 있는

엄마 밭이 되고 싶다

흙의 시가 되고 싶다

- 이해인 <인생의 열 가지 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