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왜 절해유?

종교의 다양성과 문해력

맑은옹달샘 2024. 5. 2. 21:11

종교의 다양성과 문해력

기자명 최광식 논설위원ㆍ고려대 명예교수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는
세계의 여러 종교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이웃 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자기가
선호하는 종교에 대해서도
더욱 신심을 일으킬 수 있다
종교축제에 타 종교지도자들이
거리낌 없이 참여해 경축일을
함께 축하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의 존재 양태는 바로 이웃
종교를 이해하는 종교문해력의
수월성에서 오는 것이다

최광식 논설위원ㆍ고려대 명예교수

문해력(文解力, literacy)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며, 종교 문해력은 종교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종교는 믿으면 된다고 하는데 자연과학과 기술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믿음으로만 해결될 수 없으므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믿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는 세계의 여러 종교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이웃 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자기가 선호하는 종교에 대해서도 더욱 신심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종교문해력 총서가 출판되어 여러 종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과의 전쟁 모두 사실상 종교로부터 비롯한 갈등이라는 데서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종교문해력 총서 <종교 이후의 종교 -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종교가 갈등과 고통이 아닌 기쁨과 행복을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미처 몰랐던 불교, 알고 싶었던 붓다 -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은 그저 간단하게 불을 끄기 위해서는 불에 장작을 집어넣는 일을 그쳐야 한다는 것이 붓다의 해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그저 휴전하면 끝나는 것이다. <길 위의 그리스도 -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예수는 다른 길들에게 열린 길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한편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관하여 -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이웃인 무슬림을 경시하고 미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어떤 특정한 종교가 우위를 점하지 않고,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여러 종교가 커다란 갈등이나 충돌이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는 불교와 토착신앙이 전래 단계에서는 갈등과 충돌이 일어났으나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융화하였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에서 불교가 전래되어 수용되는 과정에서 이차돈이 순교함으로써 공인되었으며, 절에서 불ㆍ보살과 함께 천신과 산신을 함께 모시면서 불교와 토착신앙이 융화하게 되었다. 조선 후기 천주교가 전래되어 수용되는 과정에서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아 문제가 되어 극심한 박해를 받았으나 제사를 지냄으로써 전례문제가 일단락되었던 것이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성균관 석전대제 같은 종교 축제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펼쳐지고, 각 종교 축제에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이 거리낌 없이 참여해 경축일을 함께 축하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의 존재 양태는 바로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종교문해력의 수월성에서 오는 것이다.

[불교신문 3818호/2024년4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