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곰삭한 맛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맑은옹달샘 2024. 5. 3. 20:18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