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곰삭한 맛

<목숨이여>

맑은옹달샘 2024. 5. 12. 19:41

<목숨이여>

 

살이 잎새 되고

뼈가 줄기 되어

붉은 피로

꽃 한 떨기 피우는 날엔

비린내 나는 운명도

향내를 풍기오리니

목숨이여

목숨이여

마음이 하늘 같은

겨울이 되어

아마, 님의 얼굴

비최이도록

가슴이 사랑의

도가니 되어

차라리 님의

심장 데우오도록

목숨이여

목숨이여.

- 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