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왜 그럴까, 우리는>
맑은옹달샘
2024. 6. 6. 09:10

<왜 그럴까, 우리는>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타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