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며 목 축일 샘-法頂

<오늘의 실상과 인간관계>​

맑은옹달샘 2024. 10. 13. 17:24

<오늘의 실상과 인간관계>

ㅡ 그릇가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요새 그릇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식문화의 영향일 것입니다.

밖에 나가 먹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또 옛날과 달리 집에 손님을

거의 초대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끼리도

밖에서 만나지

집으로 불러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친구네가

어떻게 하고 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연속극의 아무개 집 소식은

잘 알면서도

막상 가까이 지내는

친구의 집안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덕분에 사생활은

보호받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영역은

점점 왜소해집니다.

인간의 설 자리가

자꾸 비좁아집니다.

옛날과 달라서

요즘 사람들은

출생부터 자기 집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집 밖의 병원에 가서

태어납니다.

돌잔치, 생일잔치, 환갑잔치,

칠순, 팔순, 구순잔치

모두 바깥에서 합니다.

죽음까지도 자기 집에서

맞이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의 실상입니다.

그렇다면 집은

무엇 때문에 존재합니까?

집은 무엇하는 곳입니까?

내 집 마련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애쓰다가

집이 생기면 좋아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가정은 사라지고

차디찬 가옥만 남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순간들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순간들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 없다면

삶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의 삶이

그 순간순간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 순간들이 쌓여서

한 생애를 이룹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삶 전체가 소홀해집니다.

얼마 전에 누가

불쑥 저한테 물었습니다.

"스님, 중노릇하는 데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입니까?"

저는 "인간관계입니다." 하고

선뜻 대답했습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풍진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힘든 일이 있다면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장 어렵습니다.

관계가 원만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느긋해집니다.

그러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것은 공식입니다.

그럼 원만한 관계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가족이든 직장 동료이든

혹은 친구이든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둡고 추하고 모자라고

고통스런 것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것이 이 세상의 구조입니다.

굳이 신문 방송을 접하지 않고

우리 일상만 보더라도

사건 사고 없는 날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이 달라집니다.

마음가짐이

삶의 본질이 되어야 합니다.

- 법정 스님 법문집<일기일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