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킬러: 군대와 전쟁
기후 킬러: 군대와 전쟁
유엔재난위험경감국(UNDDR)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약 5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2조 달러(약 2700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40억 명가량의 인구가 지구 온도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이기도 하다. 폭탄은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며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직접적으로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지역의 미래를 공격한다.
예를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연간 배출하는, 또는 자동차 약 9000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전쟁 외에 화재, 비행 항로를 변경하는 우회 비행, 강제 이주 등도 전쟁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 원인들로 꼽힌다. 그러나 화석연료 기반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특히 러시아에서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경로인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가스 누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들은 파열된 파이프라인에서 빠져나가는 메탄이 사상 최악의 천연가스 누출이 될 수 있고, 심각한 기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에는 주로 메탄으로 구성된 천연가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두 번째로 큰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다.
파이프라인에 든 메탄 양은 10만에서 35만 톤으로 추산되며 이는 덴마크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에 해당하거나, 자동차 130만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해당한다. 이미 발생한 배출에 더해, 파괴된 주택과 인프라를 재건축할 때 배출될 이산화탄소도 고려해야 한다.
2024년 2월 말에 진행된 전쟁 온실가스 회계 이니셔티브(IGGAW)의 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시된 후 2년 동안 발생한 기후 비용의 개요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최소 1억 75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등가물(모든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는 단위)이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온실가스의 3분의 1은 무기와 탄약 생산과 운송을 포함한 직접적인 군사작전에서 배출되었다. 화재 확산, 항공기 우회, 에너지 인프라 파괴가 또 다른 3분의 1을 차지한다. 마지막 3분의 1은 미래 재건, 주로 이에 필요한 강철과 콘크리트 생산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재건축에 얼마나 많은 기후 친화적 자재가 사용되는가 하는 문제다. 약 7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의 강제 이주도 기후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자 지구의 전투 지역은 키이우(키예프) 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가자 전쟁으로 인한 기후 피해는 엄청나며,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국제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전쟁 발생 첫 4개월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국가 중 26개 개별 국가 각각의 연간 배출량을 초과했다. 전쟁 준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와 함께, 최대 20만 채에 달하는 파괴된 건물 재건축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이에 추가된다.
이 4700만-6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는 135개 개별 국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쟁이 1년째 지속되어 이제는 레바논까지 확산되었기 때문에 실제 기후 피해는 그보다 몇 배나 더 크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이 두 연구는 군사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제적으로 규정하는 일련의 과학적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직까지 이에 관해 공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유엔은 기후 협약 당사국들에게 각국의 군대, 군용 항공기, 군함 및 무기의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군사용 탄소 배출량은 1997년 교토 의정서 기후 협약과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에서 제외되었다.
2023년에는 4개국만이 군용 연료 배출량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했다. 2022년 분쟁‧환경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의 연구에 따르면 군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퍼센트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군이 생산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세계 150개 개별 국가의 연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 군대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 작전과 전 세계 700개 이상의 미군기지 운영 등으로 인해 2022년에 약 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유엔에 따르면, 무장과 무력 충돌 증가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동시에 이는 전 세계적으로 군사 및 군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규모 재무장 공세를 펼쳤다.
러시아를 겨냥한 재무장 조치와 군사작전 외에 중국 견제를 위한 동아시아에서의 동시 군사작전 훈련도 이에 포함된다. 전쟁과 함께 현재 2조 달러(약 270조 원)를 넘어선 전 세계의 무장 비용 지출은 기후 변화의 주된 동력이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군산복합체(군부와 대규모 방위산업체들의 상호의존 체제)와 이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핵전쟁 방지 국제 의사회’(IPPNW)는 유엔 회원국들이 각각 군사 분야의 총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 행위가 기후에 초래하는 결과를 다룬 2024년 7월 초 IPPNW 독일 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는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군사 배출량을 15퍼센트 더 많이 발생시켰고, 독일은 심지어 55퍼센트 증가한 배출량을 발생시켰다.
2024년 독일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경제력의 2퍼센트를 국방비에 지출한다는 NATO의 목표 설정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예산은 2028년까지 800억 유로(약 119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 1.5도 미만 유지’라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 배출량을 연간 최소 5퍼센트 줄여야 한다. 군사 배출량 증가 추세는 거의 모든 NATO 국가에 해당된다.
독일의 군사 배출량은 2022년 약 610만 톤에서 2023년 940만 톤의 이산화탄소로 증가했다. 이는 55퍼센트 증가, 즉 연간 자동차 75만 대의 배출량에 해당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23년 한 해의 NATO 국방비 지출 증액량만으로도 남반구 국가들의 기후 보호를 위한 자금을 1년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르만 호흐(Germann Hoch)
독일 프라이부르크 출생.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라틴어 및 그리스어,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정치학과 독문학을 복수전공했다. 기쎈 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Deutsch als Fremdsprache)'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프랑크푸르트 대학 강사로 재직했다.
한국에 와서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정년퇴임한 뒤, 번역과 독일어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