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어느덧
이 병원에 온지 일 년이 다되었다.
"왜 예수님은
나를 병원으로 보내시는 걸까?"
"무엇을 준비해 놓으시고
부르시는 걸까?"
원목실에 오니
각 수녀님들에게
담당층이 맡겨졌습니다.
저는 어린이 소아 암
병동이 맡겨졌습니다.
대부분이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상상을 해도
"어린이와 암"
이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과
걱정들이 오고 갔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이
문득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이
갑자기 나에게 맡겨진 것은
분명히 예수님의 뜻 일 테고
그렇다면
난 이곳에 보내진 도구이고
예수님께서 일을 하실 텐데
내가 왜 또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을까?
용기를 내며
제가 항상 힘들 때 마다
부르던 노래를 불렀습니다.
"안 되는 일 없단다.
~기도하면은 ~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수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매달려도
데려갈 아이들은
다 데려가셨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천국에 가서
고통 없이 기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지만
남아있는
부모님들은
뵙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무 말 없이 돌아가시고
지금도
침묵 속에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는 그분을
아이들 속에서 보게 되었고,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고통을 당하며
십자가에서 죽는 것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슴이 칼에 찔리듯
아파하시는 성모님을
그 아이들의
어머니 속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누구보다도
아이들과 어머니의
고통을 잘 알고 계실
예수님과 성모님께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을
맡겨 드립니다.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자!
혹시라도
예수님께서 귀찮아서라도
들어주실지 모르니까
매일매일 미친 듯이 기도하자!
오늘도
저는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으로 노래 부릅니다.
"안 되는 일 없단다
~ 기도하면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이 글은 2005년
나음터 3월호에 실렸던
사랑하는 수녀님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지금도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어린생명과
그의 가족들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원목실 수녀님들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