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慈悲는 고운 情

< 그리움이 사랑 같다 >

맑은옹달샘 2024. 11. 11. 08:27

< 그리움이 사랑 같다 >

그리움과 친해지다 보니

이제 그리움이 사랑 같다.

흘러가게만 되어 있는

삶의 무상함 속에서

인간적인 건

그리움을 갖는 일이고,

아무 것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을

삶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며,

악인보다 더 곤란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리움이 있는 한

사람은 메마른 삶 속에서도

제 속의 깊은 물에

얼굴을 비쳐본다고.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이 와서

내 존재의 안쪽을

변화시켰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사라지고

멀어져버리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의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이다.

시간의 위력 앞에

휘둘리면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우리들의 내부에

사랑이 숨어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였을 적이나

사춘기였을 때나

장년이었을 때나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해 지나간 이름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 中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