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니 感謝

<11월의 러브레터>

맑은옹달샘 2024. 11. 11. 08:44

<11월의 러브레터>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오던 바람이

11월이 되면

내 안에서

밖으로 부네요

눈길을 순하게

마음을 어질게

모든 욕심 내려놓으며

이제는 어디든지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나직이 고백하는데

빨간 단풍잎 한 장

가장 고운 러브레터로

떨어져 내립니다

하늘을 향한 그리움

자연에 대한 경외

인간에 대한 사랑이

나날이 깊어지는 것을

스스로 감탄하며

한 번뿐인 삶을

더 맑게

더 고맙게

더 애틋하게

깨어 사는 계절

이별의 슬픔 또한

억새풀 옷을 입고

빛으로 일어서는 11월 내내

아름다운 당신을 기억합니다

이제 내가

당신을 만나기 위해

빈 들판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나직이 고백하는데

노란 은행잎 한 장

조금은 쓸쓸하지만

간절한 러브레터로

떨어져 내립니다

-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