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며 목 축일 샘-法頂

<자연과의 교감이 단절되면>

맑은옹달샘 2024. 11. 11. 18:52

<자연과의 교감이 단절되면>

ㅡ꽃을 대할 때

무심히 스쳐 지나가지 말고,

오늘 아침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꽃이 우리 앞에

활짝 문을 열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ㅡ꽃을 보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합니다.

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에 꽃다운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새삼스럽게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살아 있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도

누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들은

이런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꽃을 보고

다 아름다워하는데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들은

꽃이 피는지 지는지,

새잎이 돋아나는지

시드는지 관심 밖입니다.

사람은 무엇에 쫓겨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주적인 삶이 아닙니다.

ㅡ 자연이란 무엇입니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의지해서 살아가는

원초적인 터전입니다.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인간성이 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감성이 무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탈인간, 박제된 인간이란

말들을 하지 않습니까?

ㅡ 현대의 우리는

늘 시간에 쫓겨 살아갑니다.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선 같은 것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공동생활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시간과

심리적인 시간은 성질이 다릅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심리적인 시간에 의해서

부추김을 당합니다.

물리적인 시간과는 상관없이

혼자 가만히 있는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적인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사람은 심리적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타의적이고 의무적인 것입니다.

심리적인 시간은 자주적입니다.

흔히 '인간성이 소멸되어 간다.

인간의 감성이 사라져 간다.'라고 말하는데,

자연과의 교감이 단절되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감성이 녹슬고,

인간성이 메말라 갑니다.

그래서 살아 있는 미라가 됩니다.

- 법정 스님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