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 가톨릭교회에 주는 5가지 시사점
트럼프 당선이 가톨릭교회에 주는 5가지 시사점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 분석…반(反) 이민정책, 기후위기에 대한 부정적 입장 등 교회 가르침과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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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이 확정된 11월 6일 플로리다 팜비치컨벤션센터에서 부인과 함께 승리의 제스처를 하고 있다. OSV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데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선거 전,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대선 후보의 정치적 입장을 비판하며 미국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에게 ‘더 작은 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심각한 죄’로 간주해 비판했고, 해리스의 낙태 지지 역시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교황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각자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지는 대선 직후인 11월 6일자 보도에서 이번 대선 결과가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5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의 문제다.
그는 이전 대선 캠페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한 단속 정책을 강조했고, 이번에는 불법 이민자 100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심지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이웃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의 폭력 사건을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이민자들을 북반구로 이동하게 만드는 원인과 그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점들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수십 년 동안 이민자들을 위한 사목 활동에 힘써왔다. 주교회의의 ‘이민자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Immigrants) 캠페인은 모든 이민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환대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경을 통과해 미국 땅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8월 22일 멕시코 국경 지대 철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OSV
두 번째는, 기후 위기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2009년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지지했지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던 2014년에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값비싼 사기’라고 비난했다. 해리스와의 토론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대신 제조업 일자리 문제에 집중했다. 3시간에 걸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인정했지만 곧바로 입장을 바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현재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자기 파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 번째는, 낙태와 체외 수정을 둘러싼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대법원에 3명의 보수적 입장의 판사를 임명했고, 이들은 낙태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은 위헌이라는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s. Wade)을 51년 만에 뒤집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는 이전의 친생명적 입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2024년 공화당 강령은 낙태 문제를 단 한 번 언급했을 뿐이고, 낙태 반대는 임신 후반기 낙태에 국한하며, 체외 수정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으며, 따라서 모든 낙태와 체외 수정을 반대한다.
네 번째는, 가톨릭신자 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상원위원 제이디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30대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밴스는 이전에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고 2022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밴스는 자신이 가톨릭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이민자와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의 입장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전에는 낙태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체외 수정과 먹는 낙태약 허용을 지지한다.
다섯 번째, 가톨릭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에 대한 문제다.
출구 조사는 불완전하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대선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은 56% 대 41%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라틴계 유권자들은 54%가 해리스를, 45%가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성별로 차이를 보여 남성은 54%가 트럼프를, 여성은 61%가 해리스를 지지했다. 낙태 합법화 지지자들은 해리스를, 낙태 불법화 찬성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백인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의 60%에 이르는 강력한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라틴계와 흑인 가톨릭 유권자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 가톨릭신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