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등불
깨달음의 등불
기자명향문스님 논설위원·해남 미황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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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공휴 50년
민족과 함께해 온 ‘불교’
현대에도 ‘나침반’ 역할
생명경시 등 고통 지속
부처님 진리 등불 밝혀
화합 존중 세상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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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 주지 향문스님
부처님은 깨달음을 통해서 탄생하신 분이다. 깨달음은 부처님의 모든 설법에 해답이 담겨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은 이후에 설법한 것이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에게 깨달음의 등불을 밝히고, 세상을 향해 그 등불을 따뜻하고 둥글고 환하게 함께하고자 하는 즉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의 실천일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은 1975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2018년부터 공식 명칭이 ‘석가탄신일’에서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되면서, 올해는 법정공휴일 지정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1974년 불교법조인회에서 낸 ‘석가세존 탄신 공휴권(公休權) 확인 청구’에서는 “불교는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생활, 풍속, 전통문화 형성의 기간(基幹)이 됐으며, 전국에 800만 신도가 있으므로 석탄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불교 교리와 수행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적 사상 생활의 문화를 형성하였으며, 불교 속의 신앙생활은 회화, 조각, 음악, 무용, 건축 등의 예술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날 세계는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가 팽배한 사회, 희망을 갖지 못하고 어둠에 빠진 암흑과 공포의 사회, 진실이 허위가 되고 협박받는 사회가 되어 고통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부처님의 사성제(四聖諦) - 고통의 현실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며, 고통의 소멸이 가능함을 알고, 그 길을 실천하는 가르침이 절실하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문화, 진실이 통용되는 문화의 등불을 환하게 밝혀야 할 때이다.
또한 오늘의 세계는 급진적 자본주의와 극단적 공산주의 사회로 극명하게 나뉘어져 온 세상이 위기와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공산주의 사회는 평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유만의 자유는 통제력을 상실한 전쟁터이고, 평등만의 평등은 활력소를 상실한 무덤이다.
이러한 극단에서 벗어나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중도(中道)의 지혜가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핵심 가치가 되는 민주사회, 대중사회, 시민사회의 기반에서 실천 정신에 입각해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를 성찰해야 한다. 그리해 이 시대에 맞는 화합된 미래 문화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실천되는 가장 궁극의 근원에는 바로 ‘스스로의 마음이 주인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음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마음에 고통을 주는 존재는 이미 존재 의미가 소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세력에 매달리는 문화, 형식에 매달리는 문화가 아닌 마음의 평화, 마음의 기쁨, 마음의 보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부처님의 팔정도(八正道) -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알아차림, 바른 집중을 일상에서 실천함으로써 가능하다.
부처님오신날은 단순히 전통을 기념하는 날이 아닌, 현대사회의 문제를 불교적 지혜로 해결하는 실천의 장이다. 연기(緣起)의 지혜로 모든 존재의 상호연결성을 이해하고, 화쟁(和諍)의 정신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여 모든 생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불국토를 현실에서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향문스님 논설위원·해남 미황사 주지
[불교신문 3869호/2025년5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