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牧者의 지팡이

10·29 참사 아픔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는 교회

10·29 참사 아픔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는 교회

서울 사회사목국 희생자 안식 기원하는 미사 봉헌, 유가족 23명 참여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합동분향소 찾아 조문 … 신자 유가족과 대화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월 18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기도를 바치고 있다. 박예슬 기자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와 사회사목국 사제단이 1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10·29 참사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지향을 담아 새해 첫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은 1월 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지향을 담아 새해 첫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 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와 사회사목국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했다. 미사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23명도 함께 했다.

미사에 앞서 참여자들은 유가족의 발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희생자 김지현(프란치스카)씨 어머니 김채선(엘리사벳)씨의 편지를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가 대신해 읽었다. 김채선씨는 편지에서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방치한 것도 모자라 국가는, 이 정부는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유가족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또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는 이 슬픈 현실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아내고 억누르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저희 유가족에게는 주교님, 신부님, 수녀님들과 시민대책회의에서 애를 많이 써주시면서 큰 힘이 되어주고 계신다”며 “또한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한 위로와 격려를 위해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기도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씨는 “저희 유가족은 이 나라, 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외롭게 투쟁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며 “저희가 앞으로 믿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국민밖에 없다.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님들께 저희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희생자 이주영씨 아버지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어이없는 희생을 당한 우리 희생자들이 진정한 위로와 위안을 받기가 너무 힘이 든다”며 “끊임없는 박해와 무관심이 유가족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에 한없이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미사를 통해 우리 희생자들의 넋이 조금이라도 달래지고 유가족의 아픈 마음도 위로받기 바란다”며 “주님의 사랑으로 국민 모두의 슬픔과 아픔이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정평위원장 하성용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공감의 핵심은 함께 느끼는 것”이라며 “유가족과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신부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과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인류애와 형제애를 가지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위 모든 종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면서 건강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이기도 하다”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모든 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국가가 되는 데에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조금이라도 이바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경촌 주교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기도함으로써 유가족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무고하게 희생된 희생자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조금이라도 안식을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무엇보다 이러한 가슴 아픈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존중되고 또 안전히 지켜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오늘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앞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1월 1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조문 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 가톨릭 신자 유가족을 만나 면담했다. 정 대주교는 “여러분의 아픈 마음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유가족이 많이 지치고 힘든 이때 대주교님께서 방문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교황청 차원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나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 대주교는 유가족의 마음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에게 전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번 조문에는 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 문화홍보국장 유환민 신부, 금호1가동 선교본당 주임 나승구 신부, 대학동 고시촌 담당 이영우 신부 등이 함께했다.

한편 정 대주교는 2022년 10월 30일, 참사 다음날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고 11월 6일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