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시선] 행복하십니까?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무언가 모를 답답함으로 마음이 힘들 때, 만난 시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어찌 보면 참 소소해 보이는 때를 “행복”이라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시 제목은 “행복”입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좋지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그 하루에 겪었던 모든 일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이를 행복이라 하면 과한가요?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다행입니다. 이런저런 일 가운데, 좋은 순간이 있으나 짜증스럽고 힘든 순간도 꽤 만납니다. 그럴 때 마음속으로 떠올릴 사람 하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앞뒤 따지지 않고 나를 편들어 주고 도와줄 사람 하나 있다면 참 다행입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간에, 그런 사람 하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 하면 과한가요?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이 또한 다행입니다. 외로움에 끝까지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 하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선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힘낼 수 있다면 참 다행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노래 하나 있나요? 그 역시 행복이라 하면 과한가요?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듯이, 우리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한평생 삶을 살다가 언젠가 본향으로 갑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준비하신 집으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것이지요.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영원한 행복을 누릴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입니다.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듯이, 우리 가운데 사람으로 오신 분이 계시지요. 우리를 대신하여 먼저 십자가를 지고 수난하고 죽으신 분, 영광스러운 부활로 구원을 거저 공짜로 선물하신 분, 그 말씀을 따라 살면 어떠한 삶의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시는 분,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참으로 우리는 행복한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정도가 아니라, 우리 가운데 활동하시며 우리를 위로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나 혼자서 처절하고 힘겹게 이겨내고, 외롭게 견뎌내는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시는 분,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아들 예수님의 말씀을 지혜롭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더 나아가 알아들은 대로 살아낼 힘도 주시는 분, 바로 위로자 성령이십니다. 우리는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기에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나온 삶의 순간을 돌아보며, 특히 지난 3년 뜻하지 않게 믿음을 시험(?)받고 아슬아슬 경계선을 걸어온 듯한 마음의 흔적을 살펴보면, 현실 속 우리 형편이 그리 만만치 않고, “행복”과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그러나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온전한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하셨고 함께하시며 함께하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미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진정한 행복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다시금 마음속 깊이 새깁시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가톨릭신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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