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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깨어 사는 고독 >

< 깨어 사는 고독 >

외출했다

돌아온 나의 빈방에,

흰 무명옷을 빨아 입은

정갈한 모습.

말없이 날

기다리는 고운 눈매의 너,

손짓하지 않아도

밤낮 내 방을 지키며

깨어 사는 손님인가

천장에도, 벽에도,

문에도 숨어 있다

가슴으로 파고드네.

죽고나면 또 어느 누가

이 나무침대 위에 쉬게 될까.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누어 너를 만난다.

들을수록 정다운

카랑카랑한 목소리 뽑아

네가 노래를 하면 나의 방은

신기한 바닷속 궁전이 된다.

지느러미 하늘대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나는 짜디짠 밤의 물을 마신다.

- 이해인 <내 혼에 불을 놓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