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시대 길동무 얘기

"대통령 공식 사과와 특별법 제정이 정의의 시작"

"대통령 공식 사과와 특별법 제정이 정의의 시작"

 

남녀 수도자들,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미사 봉헌
4월 18일에도 이어 가

2월 28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가 공동 주최한 이날 미사에는 희생자 유가족과 사제, 수도자, 신자 150여 명이 참여했다.

“먼저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사죄해야만 분노와 아픔에서 벗어나며, 그래서 최소한의 정의에 이르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독립적 조사기구 특별법 제정이 이 길의 시작입니다.”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강론에서 매체 보도를 통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최소한의 국가 의무임에도 현 정부는 책임 회피와 거짓 발언, 사적인 이익과 지위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며, 결코 국가라고 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현 정부가 힘과 돈 외에는 전혀 생각할 능력이 없으며, 아픔에 공감하는 가장 기본적 감수성 자체가 없다면서, “이는 닫힌 세상의 그림자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악, 이념이나 입장에 반대되어서가 아니라 사사로운 이익 외에는 어떤 가치도 모르고, 욕망이 영혼을 잠식해 사랑의 신비를 파괴하는 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목적은 이미 주어져 있는 것으로, 사회 환경, 생태 환경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위협으로부터 막아내는 것이며, 정치가 무능하다면 우리(시민)가 나서 훈련시켜야 하고, 대통령이 회피한다면 참사의 아픈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려 제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에서도 기억의 힘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라고 묻는 것은 진실을 알려는 것이고, “진실이 자주 왜곡, 은폐되는 상황에서 기억에는 윤리가 필요하다. 기억은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행동이며,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2월 28일 남녀 수도회가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미사 중에는 10.29참사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부님, 수녀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우리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 유가족의 아픔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위정자들의 박해를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유가족을 혐오, 가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봄이 오면 사랑하는 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이정민 씨는 “그러나 이런 소망과 달리 내 딸은 내 뒤(분향소)에서 웃고만 있다. 너무 보고 싶고, 너무 그립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민 씨는 이 고통스럽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자신의 잘못인지 또는 희생자와 유가족의 잘못인지, 왜 희생자와 가족들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그러나 고통을 야기한 이들은 모두 침묵, 방관, 조롱과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피해자 역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지만, 159명이 희생된 압사 사고는 전례가 있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이나 소방대원이 있었어도 막지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지만 현장에 경찰이 있었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며, “인간의 존엄성이 얄팍한 권력 때문에 희생될 수 없다. 특별법을 통한 독립적 기구로 이 문제를 해소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주례한 김정대 신부(예수회)는 최후의 심판에 대한 복음에서 양과 염소를 가르듯 의인과 불의한 이를 가르는 내용을 언급하고, “미래에 우리가 심판을 받는다면 하느님을 믿는가의 여부로 나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태도로 나뉠 것이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과 끊임없이 성찬의 전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 수도회는 이날 미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월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다음 미사는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봉헌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