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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형제 교회

  •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형제 교회

1962년 10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요한 23세 교황 주례로 봉헌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미사. 출처=구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성 요한 23세 교황은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을 선포하면서 사도좌로부터 갈라진 동방 교회와 개신교 17개 교파의 35명 대표를 참관인으로 초대했습니다. 이는 동·서방 교회의 분열과 종교개혁으로 갈라진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가 오랜 반목을 뒤로하고, 신앙의 공동 유산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이라는 순례 여정을 함께 걷자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는 같은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성경과 교리 해석의 차이를 ‘다름’을 넘어, ‘이단과 오류’로까지 비난하며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이에 가톨릭평화신문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가 한국의 그리스도인이 함께 어울려 공동의 신앙 고백을 하는 희망을 담아 편찬한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에 담긴 내용을 저작권을 소유한 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연재합니다.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는 서로 다른 종교인가요?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는 같은 그리스도교로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으며 예수님을 그리스도, 다시 말해 구원자, 메시아로 고백합니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기독’(基督)은 ‘그리스도’에 해당하는 음역 한자어입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그리스도교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천주교’(天主敎)라는 용어도 본래 하느님을 ‘천주’(天主)로 고백해 온 선교 초기 역사와 관계가 있습니다. 중국에 가톨릭 신앙을 전한 예수회 마테오 리치는 중국 유학(儒學)의 정신을 존중하여 서구의 ‘신’(神, God) 개념을 ‘하늘의 주인’으로 번역하여 사용했고, 우리 신앙 선조들도 ‘천주’를 믿는 종교라는 뜻에서 가톨릭교회를 ‘천주교’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렇게 천주교와 기독교는 모두 같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뿌리를 가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517년 종교 개혁 이후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 나간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개신교’(改新敎)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개항 이후 서양의 선교사들이 개신교 신앙을 전래할 때 자신들이 전하는 종교를 천주교와 구분하기 위해 ‘예수교’ 또는 ‘기독교(개신교)’ 신앙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가 마치 다른 종교처럼 여겨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대다수의 개신교 신자는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지칭하면서 천주교 신자를 다른 종교인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라는 말이 ‘그리스도교’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해서 천주교 신자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지칭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라는 말이 개신교를 지칭하는 말로 관행처럼 오래 사용되어 왔기에 쉽게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는 모두 이천 년 전 나자렛 예수님을 통하여 참된 구원과 영생의 희망을 얻은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천주교의 ‘성당’과 개신교의 ‘교회’는 서로 다른가요?

본래 ‘성당’과 ‘교회’의 원어는 같습니다. 곧 라틴어로는 ‘에클레시아(ecclesia)’이고 영어로는 ‘처치(church)’입니다. 「천주교 용어집」은 “에클레시아는 본디 ‘교회’(하느님의 백성)이지만, 건물을 가리킬 때에는 ‘성당’이라고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처럼 ‘교회’는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신 백성으로 구성된 신앙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반면 천주교 용어 ‘성당’과 개신교 용어 ‘예배당’ 또는 ‘교회당’은 신앙 공동체가 모여 하느님을 경배하고 기도하는 거룩한 장소를 뜻합니다. 이런 구분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는 건물 또는 장소를 의미하는 ‘성당’의 명칭을 ‘천주교○○동 성당’으로 통일하여 표기합니다. 반면 개신교는 선교 초기부터 일정 시기까지는 ‘○○예배당’, ‘○○교회당’이라고 표기했지만, 현재 대부분 ‘○○교회’라는 표기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가 “○○동 성당에 다닙니다”라고 말하거나, 개신교 신자가 “○○교회에 다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란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자신이 소속된 교회 공동체를 알리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신학자는 교회 건물에 공동체 명칭으로서 ‘○○교회’라는 현판을 사용하되, 장소를 표현할 때는 ‘○○교회 예배당’이라고 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마치 장소적인 건물로서 인식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예배당에 모였다.”, “예배당에 간다.”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교회’라는 용어는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모두 신앙 공동체를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기에, ‘성당’을 천주교로 대신하고 ‘교회’를 개신교를 대신하는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겠습니다.

  • 가톨릭평화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