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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

<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

진정한 종교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들출 것도 없이

떠들썩한 외적인 확산보다는

조용하고 착실한

내적인 응집을 높이 샀다.

그 결과 일반의 신명과 귀의를 얻어

건전한 발전을 가져왔던 것이다.

세상에서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간소한 집에 살려고 한다.

그런데 명색이 수도와

교회의 업을 닦는다는 사람들이

어찌 고대광실에 살기를 바랄 것인가.

분수 밖의

호화스런 집을 가진 사람치고

그릇된 생활을 하지 않는 자 드물다.

건물이 있기 전에

청정한 믿음과 수행이 있었다.

바른 믿음과 수행이 있으면

언젠가 건물은 세워지게 마련이다.

모든 종교적인 집회에서

그 알맹이는 깨어 있는 맑은 혼이다.

이런 알맹이가 없으면

교회와 절은 혼이 나가 버린

시가 얼마짜리 싸늘한

건축물에 지나지 않는다.

절이 세워지기 전에

진실한 수행이 먼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둘레에는

절과 교회는 여기저기 많아도

진실한 수행과 믿음은 보기 드물다.

예전에 비하면 먹고 입는 것과

거처가 얼마나

넉넉하고 편리해졌는가.

그럼에도 의인과

눈 밝은 사람은 귀하다.

우리들 자신의 내적인 성전과

법당이 허물어져 가는 이 판국에

어디에 또 다른 성전과 법당을

더 세우겠다는 것인가.

국민 소득이 늘고 생활수준이

구미 선진국의 뒤를

열심히 따르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 이웃에는

절대 빈곤의 계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빈곤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선진 조국'의 길도

결코 순탄치 않다.

그 어떤 종파를 가길 것 없이

인간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이 땅의 종교인들은

그들 자신만이라도

상업주의와 거대주의의

허상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