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요한15.18-21)
<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
학창 시절, 우연히 친구 집에 갔다가 시험을 앞두고 책상 정리와 서랍 정리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이 친구는 공부를 잘했을까요? 못했을까요?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보면, 이 친구와 조금 다릅니다. 시험 전에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이 끝난 뒤에 정리합니다. 지금은 책상 정리할 때가 아니라 공부할 때라는 것이지요.
준비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겠다고 결심하고서는 자전거 장비를 열심히 마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며칠 타다가 나중에는 자전거에 먼지가 가득 쌓인 채 구석에 세워만 있더군요. 준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 늘 먼저였습니다. 신앙인 중에서도 이런 분을 종종 봅니다. 오랫동안 냉담하시는 분에게 “이제 성당 나오셔야죠.”라고 말씀드리면 이렇게 답하십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나갈 준비가 되면 그때 열심히 나가겠습니다.”
과연 어떤 준비일까요? 주님 앞에 나가는 것은 준비 동작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주님 앞에 나가기 위해 성경책과 기도 책을 사고 각종 성물을 마련해야 할까요? 조금씩 기도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일까요? 모두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곧장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이것저것 준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 뜻을 따르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의 뜻보다는 세상의 뜻을 먼저 살피는 데 익숙합니다.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고, 남들의 판단에 흔들릴 때도 너무 많습니다. 주님의 뜻을 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뜻보다 당신의 뜻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시지요. 그렇다면 세상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주님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세상의 시선이 모두 사라졌을 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제자는 세상에 속하지 않고, 세상이 박해하고 배척한 예수님께만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을 부정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순간적인 만족과 나의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취하면서, 나중에 주님을 따르겠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늘 지금 당장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나를 둘러싼 장애들을 뛰어넘지 못할 때마다 부모나 사회 탓으로 돌리지 말고 가장 나답게 자신의 인생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이다(센다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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