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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고백 성사 >​

 
< 고백 성사 >
사랑하는 이에게
처음으로 용서를 청하듯
조금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은 주님께
부끄러운 저의 죄를 고백하게 하십시오
기도와 사랑의 등불을
환히 밝히기 위한 기름을
제때에 마련 못해
번번이 빌려 쓰는
저의 어리석음을
꾸짖어 주십시오
교만과 허영의
가시나무가 자라고
무관심과 이기심의
잡초가 무성한
제 마음의 숲에
불을 놓아 주십시오
항상 용서하는 일에 더딘 저는
당신께 용서를 청할 염치도 없어
조용히 무릎 꿇고
눈물만 흘립니다
고마움과 뉘우침으로
강을 이루는 저의 눈물을
오늘 당신께 드리는
제 사랑의 고백으로
받아 주시길 청합니다
늘 먼저 사랑하시고
먼저 용서하시어
저를 당황하게 하시는 주님
큰 귀 열어 놓으시고
사계절 묵묵히
제 앞에
산으로 서 계신 주님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