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마무리 >
나는 이제 임종이 자리에 누워있다.
온몸의 맥이 풀리고 피곤하여
사지를 움직일 수 없다.
혈관과 고막에 울리는
피의 흐름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
몽롱한 가운데 점차로 멀어져 가는
생명의 기이한 음악!
죽음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이 먼저 느끼는 것은
두려움 입니다.
나는 가끔 죽음과
마주 서 있는 환자를 방문합니다.
그 대부분 말할 수 없이
큰 고통과 함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할 때,
그것이 미구(未久)에
나의 것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거기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지은 죄도 많은지라
하느님의 심판대전에 나서기란
참으로 두렵고 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되도록 고통이 적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얼마 전에 가장 오래된
친구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는데,
가기 전날까지도 정신이 맑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는 참으로 선하게 살다가
선종을 한 것입니다.
그의 부음을 듣고
달려가서 영전 앞에
고인을 위해 기도드릴 때,
나는 그가 하늘나라에
가 있으리라 믿고
나 역시 남은 생애를
선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게 해주십사 하고
빌었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마셔야 할 쓴 잔입니다.
'죽음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생명의 끝인가,
아니면 저승의 삶의 시작인가?
이에 대하여 아무도
'이렇다, 저렇다'라고
과학적 실증을 통한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인간 운명의
수수께끼는 절정에 달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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