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牧者의 지팡이

70여 년의 갈등 넘어 공존과 공생 모색해야

  • 70여 년의 갈등 넘어 공존과 공생 모색해야

전국 교구와 각 본당은 6월 25일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는 25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주관한 미사에서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남과 북이 화해와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길 기도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25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6·25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언급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다시금 일깨웠다.

정 대주교는 ‘용서를 건네고 받는 것은 확고하고 영속적인 평화 여정에서 필수 조건’이라고 언급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97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인용하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대결하는 남북 관계가 이제는 70여 년의 갈등을 넘어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는 말씀을 언급하며 “용서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남과 북이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화해와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며 “식량과 의료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와 사제단이 한반도 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신부)는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민족 간에 벌어졌던 전쟁의 참상을 토로하며 “공산당에 대한 혐오는 북한 정권을 향한 반감으로 이어져 한국 사회 안에서 이념과 노선을 구분하는 잣대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이 민족적인 족쇄를 박차고 일어날 때가 됐다”면서 휴전협정으로 중단된 전쟁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이용하는 강대국들의 행태를 꼬집으면서도 “강대국들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남북이 먼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특히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동안 남북 사이에 큰 장애물이었던 적개심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하나 되기 위해 손을 잡는 새로운 출발의 해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몸을 던지셨다”며 “평화를 위해 돌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없애고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남북 지도자들이 강경해질수록 우리 민족에게 남는 것은 대결이고, 백성들은 전쟁의 그림자로 불안하게 떨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정자들의 마음에 평화와 사랑을 심어주실 분은 하느님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하느님께 맡겨 드리며,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가 24일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에서 신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춘천교구장 겸 함흥교구장 서리 김주영 주교는 6월 24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를 주제로 춘천교구 영북지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됐다. 미사에는 영북지구 본당 신자 100여 명이 함께해 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김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가 화해해야 할 사람은 북녘 형제들뿐만이 아니다”며 “주변에 어떤 이들이 있는지 함께 성찰하고 화해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반도의 평화 증진을 위한 ‘평화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주교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북한이 어느 선으로도 연결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평화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춘천교구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할 수 있는 순례행사 등을 열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6·25 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6월 17~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를 봉헌하도록 독려했다. 아울러 한국 교회는 6월 17일부터 7월 27일까지 41일 동안에는 매일 오후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치는 주모경과 함께 ‘평화를 구하는 기도’도 봉헌하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