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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고향 가는길

귀천(歸天).< 이제 와 우리 죽을 때 >.< 서시 >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인.

< 이제 와 우리 죽을 때 >

하느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셔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을 수 있게만 해 주셔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 게요.

오직 한 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참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 박노해 시인

< 서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