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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루 가셔유?

< 무덤에서 >

< 무덤에서 >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니어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 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 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이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같은 나의 죄,

눈 같이 희어지리다.

진흙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 처럼 빛나리이다.

- 최민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