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牧者의 지팡이

경청으로 그리스도인 사명 되새겨… 3천년기 교회에 성령의 바람 분다

  • 경청으로 그리스도인 사명 되새겨… 3천년기 교회에 성령의 바람 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폐막 미사에서 신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OSV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시노드 1회기를 마무리하는 미사에서 “교회를 변화시키는 일(reform)은 하느님을 최우선에 두고 그분을 흠숭하며, 다른 이를 더욱 사랑하고 섬기는 것과 같다”며 시노드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사명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길 기도했다. 이어 “주님께서는 우리를 더욱 시노드적이고 선교적인 교회, 우리 시대 여성과 남성을 위해 봉사하며,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나아가는 교회가 되도록 우리를 인도하시고,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10월 4~29일 바티칸에서 한 달여 동안 시노드 1회기 여정을 함께 걸었다. 교황을 비롯한 360여 명의 시노드 대의원들은 평화를 향한 교회의 역할, 가난한 이를 섬기는 교회 사명, 교회 내 여성의 역할, 시노드적 교회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 등 다양한 주제로 경청의 시간을 가졌다. 시노드 대의원들은 회기 종료에 앞서 내년 2회기 때 논의할 81가지 안건을 두고 투표에 돌입했고, 최종적으로 20개 안건이 담긴 40여 쪽 분량의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를 채택해 발표했다. 앞서 10월 25일에는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도 함께 나왔다.

종합보고서는 “시노드 총회는 교회에서 상처를 입은 이들을 포함해 모든 이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과 동행하려는 열린 자세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노드 교회의 얼굴을 갖추는 ‘시노드를 위한 시노드’가 됐음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숫자로 본 시노드 1회기

종합보고서는 “시노드 정신은 친교, 참여, 사명을 통합하는 교회 존재 방식을 일컫는 말이며, 차이를 존중하고 모든 이의 적극적인 참여를 발전시키는 교회의 생활 방식”이라며 모든 사명이 시노드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재천명했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가난한 이들 △정치와 공동선 △이민자 △인종차별과 혐오 △교회 사명에 참여하는 여성들 △성직주의 등 1회기 동안 나온 20가지 주제를 밝히고 있다. 특히 “사목과 성사를 포함해 신앙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과 동반해야 하는 교회의 헌신이 강력히 요구되며, 여성을 위한 사목적 동반과 활발한 지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도 수록됐다. 반면, 여성이 성직자로 활동하는 데 대해선 ‘전통과의 단절’과 ‘시대의 징표에 맞는 적절한 대응’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신학적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며 논의의 결론을 2회기로 넘겼다.

성직주의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가 주교와 사제들의 사목활동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상처를 주는 교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면서 “부적절한 권위의 표현은 교회의 면모를 훼손하고, 친교를 손상시키기에 심오한 영적 회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흠숭’과 ‘봉사’를 강조했다. 교황은 “사랑한다는 것은 숭배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에 우리가 바칠 수 있는 첫 번째 응답은 경배”라며 “예배의 경이로움은 흠숭의 실천을 버린 우리 시대에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또 “세상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지 않고선 참된 신앙 체험은 있을 수 없다”며 “하느님 사랑으로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하고도 영원한 개혁”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시노드에서 성령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주님 사랑의 현존을 경험했으며, 형제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성령의 말씀에 귀 기울였다”며 “우리는 모든 이의 종, 가장 작은 형제자매의 종이 돼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 사명을 역설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