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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잊을 수 없는 사람 > 법정

< 잊을 수 없는 사람 > 법정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일 것이다.

특히 범상치 않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면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보면

‘잊을 수 없는 사람’ 이란 글이 나온다

이 분 때문에 감동하고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린 사연을 소개한 수필이다

당대 최고의 종교지도자이자 문필가인

법정스님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꼭 집어 책에 쓰신 분이니

보통 분은 아닐 게 틀림없다

글의 주인공은 수연스님이란 분이다

법정스님과는 산사에서 일년 정도

함께 지내면서 교류했다

나이로는 법정스님보다 한살 아래지만

출가는 일년 먼저 하셨다고 한다

종교계나 사회적으로 큰 활동이 없으셨고

세상에 명성을 날린 스님도 아니다

이 세상에 조용히 오셨다가 조용히 가신 분이다

법정스님은 이 분의 무엇에 감동받고

잊을 수 없다고 하셨을까?

바로 생활 속의 묵묵한 실행 때문이다

수연스님이 궂은 일을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실행하는 모습에서

법정스님은 수양의 참모습을 느낀 것이다

“구도의 길에서 안다는 것은

행함에 비해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식이나 말에 의해서가 아님을

그는 깨우쳐 주었다.”

수연스님이 산사에 온 이후

여남은 켤레 되는 고무신이 한결같이

하얗게 닦여 가지런히 놓였다고 한다

노스님들이 빨려고 옷가지를 벗어놓으면

수연스님은 어느새 말끔히 빨아

풀까지 먹여 다려놓았다

이런 일을 언제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했다

법정스님은 이를 ‘밀행’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타인을 위하는 행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스님이

큰병에 걸려 대도시의 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가게 됐다

두 분이 말없이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는데

수연스님이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주머니칼이었다

그러더니 버스 창틀에서 빠지려고 하는

나사못 두개를 죄어 놓았다

법정스님은 큰 병으로 병원에 가면서도

빠져나오는 나사못을 조이는

수연스님의 마음을 보고 감동했다

모두 사소한 실행이었다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은 행하고

손해가 되는 것은 외면하는 것이

세상의 일상이다

내 것은 소중히 가꾸고

남의 것은 소홀히 하기 쉬운 것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수연스님은

내 것 네 것 가리지 않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게 바로 세상의 주인의식이다

이 세상 모든 게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무소유의 본질이 아닐까

새해가 밝았다

격동의 시대다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 한다

이런저런 신년계획을 세워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누구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일까?

답이 저절로 나온다

올해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대신

말 없이 좋은 일을 실행하면서 살아야겠구나

그래서 올해 나의 일년 다짐을

‘밀행’으로 정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 윤은기 /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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