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맛 만들기(眞福)

< 안경 >

< 안경 >

외할아버지는 장난을 즐길 줄 아는 유쾌한 분이셨다. 노르웨이 특유의 큰 체구는 항상 웃음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시카고의 추운 어느 토요일 하느님이 할아버지에게 장난을 치셨을 때에 정작 할아버지 당신은 웃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목수였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교회에서 중국의 한 고아원에 보낼 옷을 담을 상자를 만들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안경을 쓰려고 찾으니 없었다. 그날 아침 교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던 생각이 나서 찾으러 갔으나 허사였다.

그날 한 일을 다시 되짚어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안경이 할아버지 윗 옷 주머니에서 미끌어져 옷 상자 속으로 떨어져 들어간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새 안경은 중국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경제 대공황이 한창일 때였는데 바로 그날 아침에 이십 불이나 주고 새로 산 안경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낙담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할아버지는 하느님께 말씀드렸다. "하느님의 일을 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드리며 헌신 했는데 이게 붜예요?"

몇 달 후 그 중국의 고아원 원장이 휴가차 미국으로 왔다. 그 선교사는 할아버지가 다니시는 교회에서 주일 저녁 설교를 하게 되었다. 그 원장은 고아원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께서 작년에 보내주신 안경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공산당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는 제 안경을 포함해 고아원의 모든 것이 망가졌고 저는 정말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돈이 있었다고 해도 중국에서 부서진 제 안경과 같은 도수의 안경을 구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잘 볼 수 없으니 두통이 저를 괴롭히고 그래서 동료들과 이문제로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 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옷 상자가 도착했고 그 상자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바로 이 안경이 놓여 있지 않았겠습니까?

선교사는 이 말을 마치고 사람들이 충분히 감동을 느낄 때까지 말을 잇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그리고는 "안경을 써 보니 마치 제 도수에 맞춘 듯이 꼭 맞았습니다. 안경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교인들은 잠자코 기쁜 표정으로 선교사의 안경에 얽힌 이아기를 들으며 속으로는 선교사님이 교회를 착각 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중국에 보낸 물품 목록에 안경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계시던 외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위대한 대장 목수이신 하느님이 평범한 목수에 불과한 자신의 실수를 완벽하게 사용하셨음을 깨달으며,

- 가톨릭영성의 향기에서 -

'살맛 만들기(眞福)'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을 얻는 길>  (0) 2024.02.07
< 행복 십계명 >  (0) 2024.02.03
<필사의 순간>  (0) 2024.02.02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1) 2024.01.26
<참된 행복>  (1)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