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만남] 한국 정교회 대교구장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사랑과 진리로 일치 이루고, 만남과 대화로 협력 다집시다”가톨릭교회와는 ‘형제 교회’
모범 보이며 선교 활동 매진
교회 일치 위해 회개 급선무
모든 전쟁은 배척해야 할 행위
“행동으로 사회에 귀감 돼야” |
동서방 교회는 1054년 교회 분열 전까지 1000년 이상 함께 존재한 형제교회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서방 전통의 계승자라면 정교회는 동방 전통의 계승자다. 한국 정교회 대교구장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1960년 그리스에서 태어나 1991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이어 1998년 12월 23일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 2008년 7월 20일 한국 대교구장에 착좌했다.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복음 선포를 위해 같은 길을 걸어온 형제 교회”라고 말한다.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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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이하 대주교):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지요. 1000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고, 분열 후에도 형제 교회임을 전제로 복음 선포를 위해 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치를 위한 대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황 수위권. 다른 하나는 공의회 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분열 전에는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깊이 성찰함으로써 교회 일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마음으로 교회 일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양 교회의 수장이 서로 깊은 형제애를 느끼고 있는 만큼 교회 일치를 향한 더 큰 발걸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교회의 한국 선교 역사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 대주교: 1900년 2월 17일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정교회 성찬 예배가 거행됐습니다. 2004년 한국 정교회 대교구가 설립돼 올해가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24년 동안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한국 민족의 위기 속에서 정교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목자가 부족했습니다. 한국 정교회 신자들은 종종 이 어려운 시기를 빗대어 스스로 고아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955년 12월 25일, 서울에 있던 신자들이 총회를 열고 목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요청서를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에 보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이후 총대주교청에서 한국 정교회에 대한 사목적 책임을 맡아왔습니다.
- 선교 역사에 비해 교세는 다소간 미미합니다. 현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선교 활동이 더 필요하지는 않은지요?
▲ 대주교: 선교는 교회의 숨, 호흡입니다. 생명체가 숨 쉬지 않고 살 수 없듯 교회는 선교 없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선교 방법은 다른 종교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와서 보시오”(요한 1,46)라고 선포합니다. 개종을 강요하지 않고 귀감과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돕습니다.
선교는 말과 침묵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선교에 수사학적 지식, 말재주, 언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침묵을 통한 선교는 우리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알려줍니다. 최근 시성된 그리스 출신의 가브릴리아 수녀는 인도어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인도에서 선교를 하느냐는 물음에 미소, 어루만짐, 눈물, 기도, 사랑, 이 5가지로 선교한다고 말했습니다.
- 교회 일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 대주교: 질문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분열에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나요?”
분열은 죄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해 오셨고 그분의 마지막 기도는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분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가 속한 교회 안에 안주하고 만족합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급선무는 체계적 교육입니다. 분열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일깨워야 합니다.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째 그리스도께 용서를 구하고, 둘째 겸손하게 형제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과 진리가 모두 중요합니다. “교리 차이는 접어두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자”라는 말은 잘못입니다. 진리 없이 사랑만 강조하는 일치는 거짓된 일치입니다.
-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옹호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 정교회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 대주교: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거룩한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것은 정교회 전체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바르톨로메오 세계총대주교는 이 전쟁은 악마적인 전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모든 전쟁을 배척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기에 모든 전쟁은 형제간의 전쟁입니다. 또한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결국 하느님께 총을 겨눈 것입니다.
2016년 그리스에서 정교회 공의회가 열려, 종교적 삶에서 나오는 ‘기름’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써야지 전쟁의 불씨를 지피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전모임에만 참석했던 러시아 정교회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스러운 전쟁’ 개념을 회칙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교회 대표들은 이슬람 극단주의나 가질 법한 생각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정교회가 교회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동북아시아는 교회법적으로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의 관할입니다. 따라서 2018년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 정교회가 설립한 대한정교회는 교회법적으로 불법입니다.
- 우리 사회는 오늘날 탈종교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성 종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반성도 있습니다.
▲ 대주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종교적, 탈종교적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성 종교인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쟁, 가난, 불평등, 기아, 인종 차별, 기후위기 등 사회악과 불의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칩니다.
서방 그리스도교는 탈그리스도교화됐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지만 복음 말씀에 따라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 행동과 삶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합니다. 반종교, 탈종교적 현상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탓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갈등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대주교: 불의에 대해 무관심하면 안 됩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갈라진 집단들 사이에서 종교인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경에 나오듯이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시어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지 않으면 분열된 세상에서 교회의 역할은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위한 종교간 협력을 위해 우선 만남과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로서 대화에 참여해야 합니다.
-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주교: 세계가 직면한 3가지 문제, 즉 생태 위기, 팬데믹, 인공지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인간이 파괴해 온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합니다. 둘째, 팬데믹 속에서 자신 외 취약한 이들을 돌보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하느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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