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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우리 주님께서는 때로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분이십니다!>

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마태267.14-25)

<우리 주님께서는 때로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완성하신 인류 구원 사업이 한 인간의 배신, 특히 당신이 사랑하셨던 제자의 배신으로부터 본격화된다는 것이 참으로 특별하고 아이러니합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신을 잘 알고 계셨기에, 마음이 무척이나 산란하셨던 예수님께서 누군가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으셨지만, 넌지시 한 마디 던지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몹시 근심하며 다들 스승님께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 또 벌어집니다. 이미 스승님을 배신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은 유다 역시 똑같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배신자 유다의 그 속 보이는 질문에 예수님의 마음은 더욱 참담해지고 암울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끝끝내 공개석상에서 결정적 배신자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존중해주십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그런 태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다가 돌아올 것을 기다리신다는 표현이 아니었을지...

이처럼 우리 주님께서는 때로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분이십니다.

또한 예수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축제의 무대는 지극히 성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배신과 타락, 죄와 이기심이 난무하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한복판입니다.

뿐만아니라 오늘 우리의 거듭되는 배신과 반역에도 불구하고 우리 죄인을 위한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은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등에 비수를 꽂힌 적이 있습니까? 가장 절친했던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한 적은 없습니까?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치떨리는 배신을 당한 적은 없습니까?

어찌 보면 유다의 배신, 베드로 사도의 배신, 요한 사도를 제외한 나머지 사도들의 배신은 오늘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사랑했던 제자로부터 배신당했지만, 그래도 그를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의 시선을 보내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유다의 결정적 배신으로 인한 수난과 죽음의 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지만, 그것마저 아버지의 뜻임을 알아차렸기에,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