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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낱말 사전

< 참기쁨 >

< 참기쁨 >

"하느님 나라가 왔다"는 것은 복음, 즉 기쁜 소식이다. 이 복음은 우리에게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기쁘게 사는 법을 제시한다.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은 기쁨의 인생을 산다. 하느님 나라가 왔다는 복음을 우리의 온 몸으로 깨달을 때 우리의 온몸에서 기쁨이 용솟음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면 "모든 것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 못 난 이 몸 안에 하느님이 현존하신다. 미운 저 원수같은 놈 안에도 하느님이 현존하신다. 벗어버리고 싶은 저 십자가에 하느님이 현존하신다. 죽음 가운데도 생명의 하느님이 현존하신다"는 진리를 아직 깨닫지 못해서이다.

참 기쁨은 못난 나지만 실망하지 않고 내 마음 속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을 때, 저 미운 원수 놈이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까지 들어갈 수 있을 때, 피하고 싶은 십자가와 죽음이지만 그 나락 깊이에까지 내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의 기쁨은 다 사라지는 것이고 거짓이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우리가 기쁘게 지고 가야 할 그 무엇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참 기쁨을 선사하는 곳이다.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어쩌면 십자가를 피해가고픈 마음이 내 마음안에 너무도 크게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십자가에서 참 기쁨을 맛보며 산 성인이다. 설교를 잘하는 데서, 남에게 칭찬을 듣는 데서, 기적을 행하여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데서 기쁨을 찾은 것이 아니라, 굴욕의 십자가를 지는 데서 기쁨을 찾았다. 성프란치스코의 작은 꽃송이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살을 에어내는 듯한 어떤 추운 겨울날 프란치스코는 제자들과 함께 몹시 고통을 받으며 쌍따 마리아 데리 안젤리로 가고 있었다. 프란치스코는 "앞에 가는 레오네 형제를 불러 '레오네 형제여, 가령 작은 형제들이 가는 곳마다 성덕과 신심의 보람된 보여준다 하여도 잘 새겨들어라. 그 속에는 완전한 기쁨이 없다'고 말하였다.

조금 더 걷다가 프란치스코는 다시 그를 부르면서 말하기를 '레오네 형제여, 가령 작은 형제가 소경을 보게 하고, 곱추를 고쳐주고, 마귀를 내쫓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벙어리를 말하게 하고 - 더 위대한 일로 - 죽은 지 나흘 지난 사람까지도 부활시킨다고 할지라도 잘 들어라. 그 속에는 완전한 기쁨이 없다'.

좀 더 걸어가다가 프란치스코는 다시 소리를 높여 '레오네 형제여, 가령 작은 형제가 모든 나라 말과 온갖 지식과 만가지 책에 능통하고 예언도 하고, 장래일뿐만 아니라 인간양심의 비밀까지 뚫어 볼 수 있다 하여도 마음에 새겨두어라. 그 속에는 완전한 기쁨이 없다'고 말을 마치자

조금 후에 프란치스코는 재차 큰소리로 '레오네 형제여, 하느님의 어린양아, 가령 작은 형제가 천사의 말을 얘기하고, 별의 궤도, 약초의 효력을 알고, 이 세상의 보물으 모두 그 앞에 펼쳐놓고, 그가 새와 물고기와 모든 짐승, 사람, 나무, 돌, 풀뿌리와 물의 본질을 동찰(洞察)하고 있다 하여도 명심하라. 그 속에는 완전한 기쁨이 없다'.

거기서 좀더 걷다가 프란치스코는 큰소리를 내어 '레오네 형제여, 가령 작은 형제가 설교에 매우 능하고 불신앙의 무리를 모두 개심시켜 그리스도의 신앙으로 이끌어 들인다하여도 잘 알아 두라. 그 속에는 완전한 기쁨이 없다' 하였다.

이런 이야기가 거듭되기를 2 마일쯤 계속되니 나중에는 레오네 형제가 몹시 놀래어서 물었다. '사부님, 부디 소원이오니 그렇다면 완전한 기쁨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쳐 주옵소서'하니,

프란치스코는 대답하기를 '우리가 비에 젖고, 추위에 얼고, 흙탕물에 버무리고, 굶주림에 고통하면서 쌍따 마리아 데리 안젤리에 도착하여 수도원의 문을 두드릴 때, 문지기가 화를 내며 누구냐? 하고 묻고, 우리가 당신의 형제 두 사람이올시다 하고 대답할 때 더욱 화를 내어 거짓말 마라.

너희들은 이근방을 싸다니며 세상을 속이고 가난한 이들의 물건을 훔쳐먹는 두 명의 악당이지? 썩 물러가라 하고 욕을 퍼붓고 문도 열어 주지 않고 그냥 우리를 바깥 눈과 비속에 춥고 배고픔을 참으며 밤중까지 세워두면 그 때에 이런 그릇된 일, 이런 무정한 대우, 이런 거절을 당하여도 달게 받고, 노여워도 말고, 불평도 없이 겸손되고 거룩한 사랑에 넘쳐서 문지기가 말한 것은 정말이다, 하느님이 그로 하여금 우리에게 그같이 말하게 하신 것이라고 생각하면,

레오네 형제여, 잘 들어라. 여기에 참말로 완전한 기쁨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계속하여 문을 두드리면 그는 머리끝까지 노하여 나와서, 우리를 짓궂은 깡패인 듯이 마구 욕설을 퍼붓고 뺨을 치고 내쫓으며 썩 물러가라. 나쁜 도둑놈들, 병원에 가라. 여기서는 먹여주지도 않고 재워주지도 않는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우리가 기쁘게 참고 숭고한 애덕으로 그 욕을 받아들인다면

레오네 형제여, 여기서야말로 완전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림과 추위와 어두움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다시 문을 막 두드리고 외치고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보아 이 문을 열어 달라고 애원할 때에 그는 완전히 분노가 치밀어 괘씸한 거렁뱅이들, 혼나봐라! 하고 고함치며, 옹이가 다닥다닥 배긴 지팡이를 들고 나와 우리의 두건을 잡아 벗기고, 우리를 땅에 넘어뜨려 눈 속에 굴리며 사정없이 매질한다고 하자. 그렇게 해도 우리가 모든 것을 달게 받고, 주님을 사랑하기 위하여 우리도 받아야 할 복되신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고 즐겨 참는다면

레오네 형제여, 잘 알아두어라. 여기에 진정 완전한 환희가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어떻게 그런 모욕을 받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그걸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들면, 당신이라면 그 때 어떻게 했겠는가 한번 물어 보라. 그리고 문지기를 대하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 보라.

그리고 그런 당신의 모습에서 기쁨을 발견하느냐고 물어 보라. 기쁨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다. 사물의 핵심에 들어 갈 때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핵심에 이르는 길은 곧 십자가의 길이다.

 

- 마산교구 이제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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