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신명4.32-34.39-40.로마8.14-17.마태28.16-20)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예전에 있었던 갑곶성지에는 많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종종 여름 태풍에 쓰러지는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가 쓰러질까요? 키 작고 약한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는 모두 키가 큰 나무였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아름드리 거목들이 태풍을 잘 견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옆에 있는 키 작고 약한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태풍에는 자신을 낮추고 굽힐 줄 아는 나무만 살아남습니다. 보란 듯이 자신을 과시하는 나무는 쓰러지고 맙니다. 한 그루의 거목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그러나 태풍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강한 존재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연약해 보이는 볼품없는 풀잎은 어떨까요? 너무 약해서 그냥 날아가 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가고 얼마 뒤에 누워 있던 풀잎은 다시 고개를 듭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요? 자기를 높이고 과시하는 것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강조하신 겸손은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힘이었습니다. 태풍 앞에 고개 숙이는 풀잎만이 살아남듯 주님 앞에 고개 숙이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풀잎의 삶을 기억하고 또 닮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을 알고 기억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즉, 하느님께서 직접 보여주신 모습을 따라야 합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각기 다른 위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몸을 이룬다’라는 뜻입니다.
성부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이스라엘 민족과 계약을 맺으며 그들에게 구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자 예수님은 이스라엘 민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성부께서 세상에 보내신 분이십니다. 마지막으로, 성자께서 부활하고 승천하시면서, 교회를 성화하고 인도하도록 성령 하느님을 보내셨습니다.
이렇게 세 위격이 한 몸을 이루는 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이 삼위일체의 신비를 통해 우리는 나의 이웃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도 일치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나의 이웃들과 어떻게 일치하고 있을까요?
혹시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면서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면서 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이웃과의 일치를 이루는 것. 이것이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 우리 역시 머무르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신비 안에 머무는 사람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더 큰 은총과 사랑을 받게 됩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오늘의 명언: 주변이 어둡다고 투덜대지 말고 네거 먼저 촛불을 켜라(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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