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고뇌 속에서도 "믿음으로 꿋꿋이"
함께 걷는 예수의 길, 이야기가 있는 8월 월례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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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함께 걷는 예수의 길’에서 주최한 ‘이야기가 있는 월례 미사’가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체칠리아홀에서 열렸다.
이날 미사에는 박정훈 대령(스테파노)의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김성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와 문정현 신부(전주교구), 최영민 신부(예수회)가 공동 주례했고, 신자 100여 명이 함께했다.
미사 말미에 박정훈 대령은 ‘박정훈 스테파노 대령의 고뇌와 향기, 그리고 사건의 진실’ 가운데 그의 ‘고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채해병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박 대령의 첫 번째 고뇌는 죽음의 무게에 관한 것이다. 그는 "병사, 비단 병사를 떠나 우리 사회에 정말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생명과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의 생명의 가치가 다를 수 없다. 한 생명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박정훈 대령은 자신의 고뇌와 근황을 나누었다. (사진 제공 = 함께 걷는 예수의 길)
두 번째 고뇌에 대해 박 대령은 "작년 이맘때 절대 권력을 상대로 백척간두 절벽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진솔하게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지와 응원이 있으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1년이 지나 돌아보니 수많은 진실이 다 드러났는데도 이게 정리가 안 되는 걸 보면서 순진한 생각을 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건 이후 1년을 아무런 소임 없이 유배생활 같은 일과를 보내면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성경 책도 계속 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어 "최근에 하바쿡서를 읽다가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구절을 읽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 머리로만 하려다 보니 조급함을 느끼는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 그런 믿음으로 꿋꿋하게 잘 버티면 국민들이 다 정리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지낸다"고 말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청했다.
김성 신부는 강론에서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불의에 눈감는 것이며, 거짓에 동조하는 꼴"이라며,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의와 진실을 위해 의연하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박정훈 스테파노 대령에게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본다"고 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의 모습과 순교를 연결 지으며, 순교자들이 고문이나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것은 인간적 용기를 표현한 것이기보다 그들이 하느님을 만났고, ‘하느님나라’를 체험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순교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지만, 본뜻은 ‘하느님 계심’의 증거, ‘하느님나라’의 위대함을 증언하는 것이므로, 이런 점에서 박정훈 대령은 온몸으로 순교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왼쪽부터) 최영민 신부(예수회)와 김성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문정현 신부(전주교구)가 공동 주례했고, 신자 100여 명이 함께했다. ©경동현 기자
이어진 이야기 나눔 시간에는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 단장으로 채수근 일병 사망 사고 진상 규명의 임무를 수행한 박정훈 대령의 동기 김태성 씨(미카엘, 박정훈 대령 후원회장)와 김성 신부가 함께했다.
김태성 씨는 1996년 4개월간 박정훈 대령과 함께 훈련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박 대령이 앉았다 일어서기 천 회를 이끈 적이 있는데, 동기 전부가 앉고 나서야 일어서라고 말하고, 모두 일어선 후에야 앉으라고 구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부터 항상 원칙을 고수했던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자대 배치 이후에도 박 대령이 거쳐 갔던 부대의 후임들은 늘상 박 대령을 기준으로 비교됐던 경험이 많았다면서, 지금 전개되는 일련의 행동들이 "갑작스럽게 욱해서" 혹은 출세를 위한 행동이 아니란 것을 강조했다. 덧붙여 해병대 헌병대는 대령에서 더 이상 진급할 수 없기에 박 대령이 별을 달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다는 말은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미사후 진행한 이야기 마당에서 발언하고 있는 (왼쪽부터) 이원영 사회자, 김성 신부, 김태성 후원회장. ©경동현 기자
김성 신부는 신앙인 박 대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신부가 소임을 맡은 제주도 면형의 집 피정센터를 가끔 찾았던 박 대령은 사건 발생 후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김태성 씨와 함께 내려가 피정센터에 머물러 기도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 신부는 사건 이후 피정 센터를 방문한 박 대령이 평소와 달리 "사랑해", "고마워"와 같은 "꽁냥꽁냥" 한 말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엄청난 사건을 겪고 나서 동료 군인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있는데, 박 대령 역시 심리 상담을 통해 아름다운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내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느꼈던 것이다.
현재 재차 발의됐던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세 번째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성 씨는 정치적으로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특검을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박 대령이 특검을 통해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3차 공판에서는 박 대령 혼자 외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공판장 가는 길에 종교단체를 비롯해 많은 분이 함께 걷는 데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9월 3일 10시로, 9시 20분에 용산 군종교구청에서 만나 박 대령과 함께 공판장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다음 '이야기가 있는 월례 미사'는 9월 7일 오후 4시에 ‘언론개혁 현안과 과제’에 대해 <YTN> 해직기자였던 노종면 의원(민주당)과 이호철 본부장(언론노조 MBC)이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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