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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길(平和)

< 우화의 강 >

< 우화의 강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마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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