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손가락 >
가끔 나는 사람에게 손가락이 왜 다섯 개가 있는가 생각해 본다. 왜 하필이면 다섯 개일까.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여섯 개일 수도 있겠고. 열도 있겠고 또한 포크처럼 세 개라도 무망한 손가락이 하필이면 왜 다섯 개일까.
그래서 언젠가 학교에서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인간에게 왜 손가락이 다섯 개 있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
그러자 P양이 대답했는데 참 유니크한 대답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끼는 장갑이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P양의 말대로 장갑을 끼기 위해서 다섯 개의 손가락이 필요하다면 벙어리 장갑을 끼고 사람은 단 한개의 손가락이 필요할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무엇이든 인간에게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 주시는 하느님에게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손가락이 열 개 정도 있다면 좀 좋겠는가.
마치 오징어처럼.
그렇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등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긁을 수도 있을 것이며 피아노의 악보도 지금보다는 더 한층 복잡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다섯 개의 손가락은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가지고 있다.
엄지 손가락은 으뜸의 표시다.
넘버원의 표시로 우리는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보스, 왕, 대통령, 사장을 가리킬 때 우리는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둘째 손가락은 방향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동서남북의 방향을 가리킬 때 우리는 무의식 중에 둘째 손가락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셋째 손가락은 다섯 개 손가락 중 가장 힘이 세다.
그래서 트럼프 놀이에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이마를 때릴 때면 가운데 손가락으로 때리기 마련이다.
넷째 손가락의 사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넷째 손가락은 다섯 개 손가락 중 제일 적게 사용하는 손가락이다. 그러므로 다섯 개 손가락 중 제일 신성하고 깨끗한 손가락이다. 우리가 결혼을 맹세하고 약혼할 때 반지를 넷째 손가락에 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한 모든 엄마들이 아기들의 약을 스푼 위에 타서 손가락으로 잘 섞어 저을 때 자기도 모르게 넷째 손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넷째 손가락은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도 해서 뜨겁고 찬 온도를 재는 바로미터 구실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끼 손가락은 막내둥이로 가장 귀여움을 받고 있다.
'애인'을 은밀하게 표시해 보일 때 우리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끼 손가락이 사용될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을 할 때인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언약을 할 때 새끼 손가락을 걸어 맹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섯 개의 손가락은 위와 같이 각자 나름대로의 사명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으뜸과 방향과 힘과 신성함과 맹세의 의미를 가진 다섯 손가락이 펼쳐져서 무엇을 나타낼 것인가. 다섯 개의 손가락을 움켜쥔다면 그것은 손이 아니라 주먹이 되며 그 주먹은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무기로 쓰기 위함일까.
아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움켜쥐면 주먹, 펼치면 보자기가 되기도 하지만 하느님이 인간에게 다섯 개의 손가락을 만들어 주신 가장 큰 이유는 이웃들과 사랑의 악수를 나누라는 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이제야 사람에게 왜 다섯 개의 손가락이 있는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그것은 증오와 폭력을 딛고 서서 이웃끼리 사랑과 평화의 강이 흐르는 악수를 나누라는 주신 선물인 것이다.
악수는 사람의 정과 정끼리 부딪치는 손의 부딧돌이다.
- 최인호의 사랑의 기쁨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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