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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사설] ‘채 상병 순직’ 국정조사, 국민의힘 반드시 동참해야

[사설] ‘채 상병 순직’ 국정조사, 국민의힘 반드시 동참해야

지난 9월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내 해병대 채수근 상병 묘역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전역복과 모자를 올려놓고 채 상병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 채 상병의 동기(1292기)들은 전역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가 이르면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할 예정이다. 세차례나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이 번번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부닥쳐 무산된 상황에서 국회라도 나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1월22일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여야에 국정조사특위에 참여할 위원을 27일까지 추천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5선의 정동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조사특위 위원 명단을 의장실에 제출했으나, 국민의힘은 제출 시한까지 명단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원내 지도부에 일임한 상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말까지 고심한 결과를 정리해 2일 의원총회에서 보고하고 대외적으로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될 뿐 아니라 관련 상임위에서 청문회도, 국정감사도 밀도 있게 했다”며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사안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젊은이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고, 그 책임 규명이 외압을 통해 왜곡됐다는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국가가 존재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대통령은 책임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국회라도 나서 국정조사를 하려는데 여당이 이마저 거부한다면 정부·여당이 국민의 생명조차 무겁게 여길 줄 모르는 한통속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여당이라도 국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때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후 한 대표는 “입장이 바뀐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특검 추진을 위한 어떠한 행동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마저 외면한다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태도를 정반대로 바꾸는 셈이 된다. 그러고도 여당 대표 자격을 말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정조사에 동참해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데 협력해야 한다. 나아가 한 대표는 당당하게 특검법도 발의해야 할 것이다.

  • 한겨레신문 사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