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다니3.14-20.91-92.95.요한8.31-42)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
1973년에 이민 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0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았습니다. 어르신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있는데 지금의 배우자를 만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배우자를 따라서 천주교를 만난 것이라고 합니다. 삶의 고비에 하느님께서는 늘 새로운 길을 마련해 주셨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면서 자녀들을 잘 키웠습니다. 바이올린을 하는 딸은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의사가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고, 이제 노년의 삶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은 또 다른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은 ‘봉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르신은 11년째 병원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병원 봉사의 주된 업무는 수술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술 전에 아이들은 전날 금식을 하기에 당일에는 배고파서 운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아이들이 울면 함께 울면서 아이들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의 유혹을 성경의 말씀으로 물리치신 후에 회당에 가셔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이렇게 읽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선포하신 해방과 자유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선언일까요? 물론 그것도 포함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훨씬 더 깊은 차원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바로 존재 자체의 해방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자유’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자유와 해방의 순간들을 봅니다. 1865년,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흑인들은 오랫동안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I Have a Dream" 연설을 통해 참된 자유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정치적 자유만을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존재로 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자유를 빼앗겼습니다. 해방이 찾아왔지만, 곧이어 전쟁이 일어나 또다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외적인 해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웁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요? 겉으로 보면 아무도 우리를 억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있지는 않습니까?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물질과 돈에 얽매여 있고, 남들의 평가에 묶여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요? 아니면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여 살아가고 있나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닙니다. 예수님 자신이 진리이며, 그분을 따를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이고,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그림자만 보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태양을 향해 걸어 나가야 비로소 진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참된 빛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의 가짜 자유에 속아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참된 자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하느님과 멀어질 때, 우리는 죄의 포로가 됩니다. 그러나 회개하고 주님께 돌아갈 때, 우리는 죄의 사슬에서 풀려납니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걱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삽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 의탁하면, 더 이상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종종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존귀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세상의 정치적 해방자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를 자유롭게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무엇에 얽매여 있습니까? 돈입니까? 명예입니까? 사람들의 시선입니까?
예수님께 나아가서, 그분 안에서 참된 자유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해방자이십니다. 이제 그분께 우리 삶을 맡기고, 그분 안에서 참된 자유를 경험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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