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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堂-감사 찬미 제사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사50.4-7.필리2.6-11.루카 22,14-23,56)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성서는 우리에게 크게 다섯 가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서의 모든 내용은 이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끌어낸 주 하느님 외에는 어떤 신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외에는 다른 어떤 신도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삼으시어 그들보다 더 크고 강한 민족들을 내쫓으시고 약속의 땅을 그들에게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나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셋째, 이스라엘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분만을 사랑하고 섬기며 그분이 내리시는 계명들을 지켜야 합니다.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새로운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넷째, 주님의 말씀을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길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거듭 들려주고 집안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 식구들 모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해야 하고, 신앙인은 자손들에게 전해 받은 신앙을 전해야 합니다.

다섯째,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분의 모든 계명을 실천하면 이스라엘은 축복받아 그 땅에서 번성할 것이고, 실천하지 않으면 그들 위에 저주가 내려 그 땅에서 쫓겨나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믿음에 실천이 없다면 그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긴 유다입니다. 마치 길가에 뿌려진 씨와 같았습니다. 길가에 뿌려진 씨앗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곧 말라 죽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지만, 유혹이 다가오자 쉽게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되었지만, 곧 냉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욕심 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체면 때문에 예수님을 배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입니다. 마치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와 같았습니다.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앗은 뿌리는 내리지만, 가시에 찔려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서 제자가 되었지만, 고난의 시간이 다가오면,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을 배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에는 소나무와 전나무만 푸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지옥까지라도 가겠다던 베드로는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안다면 천벌이라도 받겠다며 배반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했던 군중들입니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헐벗은 이웃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 곁에는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하시는 어머니 성모님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성모님은 예수님 고난의 길에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무게에 넘어지셨던 예수님은 잠시 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수건으로 닦아드렸던 베로니카가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예루살렘의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들의 슬픔을 위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면서 하혈이 멈추었던 여인, 예수님의 ‘일어나라’라는 말씀으로 죽었다 살아났던 소녀의 어머니, 예수님께 믿음을 칭찬받았던 이방인이었던 시로페니키아 여인, 예수님께 죄를 용서받고 새 삶을 찾았던 여인,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렸던 여인입니다. 예수님께 자비를 청하였던 십자가 위의 죄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성서는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나는 어느 편에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 속에 있었는지,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와 함께 있었는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처럼 나 역시 예수님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내가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예수님을 모함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갈 수 있다면,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드린 베로니카처럼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예수님의 제자였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처럼 예수님의 죽음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들의 편에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넌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나의 신앙이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유다와 베드로의 삶이었다면 예수님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과 예수님 얼굴에 흐르던 피와 땀을 닦아드린 베로니카의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너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라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네. 하느님은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네.”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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