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쫓기듯 살고 있는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채봉
'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예찬> (0) | 2025.06.23 |
---|---|
<오늘이 마지막 날> (0) | 2025.06.22 |
<목적을 알고 가는 사람> (1) | 2025.06.17 |
<삶이 힘들고 지칠 때> (0) | 2025.06.15 |
<바람은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0) | 202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