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에페4.1-6.루카12.54-59)
“주님 안에 수인이 된 나 바오로는 권고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수인이 된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기쁨이요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옥중서한들을 읽고 묵상하다보면 참으로 큰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곤 합니다. 에페소서, 필립피서, 필레몬서, 콜로새서, 이 네 개의 편지를 옥중서한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옥중서한 한편 한편은 참으로 매력적인 편지들입니다. 모든 것이 제한된 깊은 감옥에서의 큰 고통 속에서도, 담장 너머 그리스도 신자들 신앙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격려하고 고무하는 교회 지도자의 모습들에서 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인 에페소서에도 옥중서한이라고 분류하고 추정하는 근거가 되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주님 안에 수인이 된 나 바오로는 권고합니다.”(에페소서 4장 1절)
갇힌 몸이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 상황을 난감해하고 창피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쉬쉬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를 보십시오. 그는 수인이 된 것을 기쁘고 당당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주님 때문에, 주님 안에서, 주님으로 인해 수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수인이 된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쁨이요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제가 바오로 사도처럼 수인이 되고, 옥중서한을 썼다면 내용이 사뭇 달라졌을 것입니다. 억울하게 갇힌 것에 대해 하소연했을 것입니다. 빨리 탄원서를 쓰고 많은 사람의 서명을 받아 판사님에게 제출하라고 부탁했을 것입니다.
지하 감방이 너무 춥고 배고프니, 사식을 넣어달라, 영치금을 두둑이 넣어달라, 이런저런 생필품을 보내 달라, 요구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를 보십시오. 그런 요구 사항은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몸은 비록 묶여있었지만 마음은 자유로웠습니다.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영혼은 평화롭고 행복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이 고통과 시련 속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잘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으로 충만하고 주님만으로 충분했던 바오로 사도였기에, 이해하지 못할 현실 앞에서도 평화로운 내적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극도의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 찬미와 영광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와 굶주림, 박해와 학대 속에서도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교회 교우들에게 건네는 권고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소서 4장 1~3절)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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