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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老年의 삶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공감으로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공감으로

[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2) 젊은이와 노인

 

10대 청소년이 물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나이가 있다면 언제세요?”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난 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무엇이 최선인지 수없이 고민하며 살아온 날들의 결과이기에 이 순간이 얼마나 값진 날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막말과 함께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에 나옵니다. 일부 청소년의 분노와 화풀이 대상이 노인이 되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사람은 식탁의 예절교육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먼저 수저 드는 일이 없었고, 밥 한 알이라도 귀하게 여겨야 하며, 어른을 만나면 공손히 인사해야 하는 등등. 인간 도리에 대한 교육을 밥상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서 식사 시간은 배고픔을 채우는 것 외에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식사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아기가 울면 눈을 마주 보며 무엇 때문에 우는지 헤아려 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주며 그 순간을 넘깁니다.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도 모두 각자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대화가 없는 풍경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알고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자리에 스마트폰이 들어오면서 점점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부모나 스승,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정보검색을 통해 스스로 판단합니다. 정보에 치중하다 보니 주변에 친구가 없어도 괜찮고 가족이 없어도 괜찮은데,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교감, 정서, 입장, 배려 등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 세대 차이는 갈수록 골이 깊어져만 갑니다. 젊은세대와 노인세대 갈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통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젊은세대와 노인세대가 소통하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도 여전히 꿈을 꾸고, 꽃을 보면 설레며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청소년들은 말합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감정이 없는 존재라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해 왔다는 것이지요. 노인세대에게 노인이 되어보니 긍정적으로 느끼는 건 무엇인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무도 나를 경쟁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적이 없고, 많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지혜가 생기고, 실수 앞에 여유로워지고, 여유가 생기니깐 다른 사람의 어려움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니 화낼 일이 없고, 화를 안 내니 사람들이 다가오고….” 이야기해 주시던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활기를 더하면서 “나이가 들면 외톨이가 될까 봐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말이야.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보니 좋은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고!”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젊은세대는 인생을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로 노인을 바라보고, 노인세대는 젊음을 살아 봤으니 그 나이에 맞는 열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선다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에게 말을 곱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다름이 아름다운 다양성으로 이해되고 존중될 수 있도록 부모에게, 자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박진리(베리타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