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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老年의 삶

고독한 시대, 대나무숲에서 배우는 관계

고독한 시대, 대나무숲에서 배우는 관계

사진 픽사베이

# 종교적 가스라이팅을 조심해야 한다. “당신들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사람들이야. 못된 생각을 해서 주님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고, 못된 짓을 해서 주님 손발에 못을 박은 죄인들이야.” 어떤 신심모임에서 강연자인 신부가 내뱉은 말이란다. 가학성 성애자이다. 사람들이 죄의식에 힘겨워 몸부림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성욕자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종교적 가스라이팅을 하며 신경증자들의 증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스스로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선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진상인데, 아무도 막지 않는다.

# 94세 어머니가 본당 신부 자랑이 대단하시다. 봉성체 수녀님과 함께 오셔서 기도해주고 손잡아주고 안아주시는데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하셨단다. 나가면서 손까지 흔들어주어서 너무 감동이었다고 한다. 나이들어갈수록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한다. 교회가 다시 살아나는 길은 이런 잔정 깊은 사제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한다. 누군지 모를 후배 신부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 말 한마디가 운명을 좌우한다. 상담가들은 사람들이 논리정연히 말하는 것보다 툭 내뱉는 말에 관심을 갖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본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영성이란 내뱉고 싶은 말을 끝까지 참는 것이다. 백번을 참았는데 한번을 뱉으면 그 동안의 인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그 동안 해온 그럴 듯한 수많은 말보다 그 한마디에 꽂혀서 그것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굳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에 공든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사진 픽사베이

# OCN 드라마 <미씽―그들이 있었다>를 보니,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픽션인 줄 알면서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조차 핑 돈다. 정말 노인이 되었나 보다. 간혹 의사나 과학자들이 영혼은 없다고, 그저 뇌기능일 뿐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인간이 저리 잔정머리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들이 뭐라건 영혼 이야기는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래. 인간 마음이 그저 뇌기능뿐이라면 죽는다는 건 뇌기능이 멈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들의 가족이 죽거들랑 장례 치르지 말고 고철상에나 보내든지.

# 인간이 가진 독특한 기질 가운데 싫증이 있다. 말없는 남편이 듬직하던 것이 살다 보니 답답해진다. 늘 변함없는 모습이 믿음직했는데 이젠 지루하다. 싫증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야단쳤다. 배부른 소리라고. 그러나 싫증은 인간의 진보에 중요한 감정이다. 싫증이 있어야 새롭게 변화하려 한다. 변함없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는 중요하지만 삶의 질을 본다면 다르다.

사진 픽사베이

# 고독사가 일본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우리들도 심각하다. 노인들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홀로 죽어간단다.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홀로 죽을 수밖에 없다. 일본 시골집들은 집 주변에 대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지진이 나서 땅이 꺼져도 대나무 뿌리들이 엉켜서 집을 받쳐준단다. 우리에겐 대나무 같은 친구들이 필요하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대나무숲 같아야 한다. 홀로 죽어가는 외로운 사람들이 없게 하려면, 또한 본인도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 선행으로 자신을 알리면 수많은 친구들이 다가온다. 대나무숲처럼.

글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