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7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히브10.32-39.마르4.26-34)
< 우리는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 >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아주 특별한 서간이 하나 있는데 바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히브리서는 말 마디 그대로 히브리인들, 즉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낸 서간이자 가르침입니다.
히브리서의 저자에 대한 논쟁은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되어 왔는데,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오늘날 성경학계에서는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더 이상 바오로 사도를 히브리서의 저자로 단언하지 않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히브리서에 등장하는 어휘나 문체가 놀랄 정도로 세련되고 수준이 높아, 비교적 거칠고 투박한 바오로 사도의 표현과 맥을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과는 달리 히브리서에는 바오로 사도가 저자라는 언급은 물론 암시조차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약 성경을 인용하는 방법이나 신학적인 내용에서 바오로 사도의 서간과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헬레니즘 문화의 배경을 지닌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 추정합니다.
히브리서는 신약 성경들 가운에 가장 완숙한 신학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을 구약성경의 전통 안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탁월하게 풀어냅니다. 메시지 역시 심오하면서도 다양합니다.4
히브리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곳입니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진 후,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답변을 이어갑니다.
베드로, 바오로 사도가 활발히 복음을 선포하던 시절 수많은 유다인들이 회개하여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잘 나가던 시절 그의 설교를 듣고 그 자리에서 회개한 유다인만 3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고 해서 개종 작업이 완료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분위기였는데, 지상천국이 조만간 도래할 듯한 예감이었는데...
화려한 기적과 치유는 잠시뿐 이제 고통스럽고 지루한 광야 여정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에 상심이 컸던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하나 둘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누군가’가 이 히브리 서간을 쓴 것입니다. 히브리 서간을 읽다보면 때로 지나치게 강한 경고 말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고 말씀 이면에 감추어진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어 감동적입니다.
히브리서는 신앙의 위기를 맞이한 이들에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이를 통해 지금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를 잘 극복하도록 돕습니다.
결국 히브리서는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실체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대사제이자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희생 제물로서, 완전한 제사를 하느님께 바친 분임을 강조합니다.
더불어 히브리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처신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무엇보다도 강한 믿음과 불굴의 인내를 간직할 것을 당부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올 이가 오리라. 지체하지 않으리라.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그러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내 마음이 기꺼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히브리서 10장 37~39절)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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