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일
(집회15.15-20.1코린2.6-10.마태5.17-37)
지체가 아니라 죄를 잘라라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한자 한 획’(18절)을 강조하는 건,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대하지 않아야 함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작은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큰 것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물론 사소한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작은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줍니다.
어느 면에선 작은 것이 더 본질적입니다. 그 작은 것, 그걸(계명) 어긴다 해도 구원에 지장이 없다고 해도 그 작은 것을 지켜 온전히 의로움을 살아내야 합니다. 예수님은 보잘것없는 작은 이 하나와 당신을 동일시하십니다.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하늘나라와 관련이 없나 봅니다.
1. ‘형제에게 성을 내거나 바보나 멍청이라고 한다면 지옥 불을 면치 못한다.’(22절)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랑이 아니고 업신여기게 되면 그는 기를 못 펴 죽게 될 것이고, 업신여긴 이는 살인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무시당하기 쉬운, 작은 이를 귀하게 여기는 주님의 의노(義怒)를 여기서도 느낍니다. 주님은 당신 친히 비천한 몰골로 죽으실 정도로 작은 이를 소중히 여기십니다.
2. ‘제단에 예물을 봉헌할 때 (너는 그리 생각하지 않아도) 너를 원망하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가서 화해한 다음에 예물을 바쳐라.’(23~24절)
자기 처지에서만 보기 십상입니다.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어떨까요? 화해해야 할 범위가 넓어집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괴로워한다면, 그때도 달려가서 먼저 손을 잡아주라는 겁니다. 상대의 시각에서 불 줄 알아야 한다니…. 상대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가 싶습니다. 미사 봉헌에 앞서 핸드폰으로 화해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화해의 기쁨은 감격의 미사 봉헌으로 이어지겠지요.
3.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25절)
정치판이든 평범한 일상의 시민사회이든 걸핏하면 송사를 벌입니다. 정치력으로, 대화로 풀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합니다. 아는 교우분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 이를 고소했는데, 고소가 진행되면서 엉뚱하게 본인의 잘못이 드러나 많은 재산상 손해를 보고 마무리하는 걸 보았습니다. 진실과 정의는 바로 세우고 불의는 파헤쳐져야 합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얼른 타협하라고 이릅니다. 왜 이렇게 말씀하실까? 내 쪽에서만 주장할 수 있는 절대선(絶對善)은 없다는 것일까요? 부활하신 주님의 인사말은 거듭거듭 평화이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십니다. 서로 용서하라. 네 죄, 네가 셀프로 용서할 수 없는 법, 그대들의 죄를 그대들이 서로 용서하라. (요한 20, 23 참조)
4.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기만 해도 간음죄를 범하는 것.’(28절)
음욕을 품고 바라보는 눈은 찍어내고 죄짓게 한 지체(肢體)는 잘라 던져 버리라. 참 무섭습니다. 여기에 저촉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은 작정하고 우리에게 백기를 들게 하시려나 봅니다. 이런 뜻으로 들립니다. ‘사악한 습성은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럴듯한 생각이나 열심한 마음, 의지로만 회심을 얘기하지 말라. 몸 전체를 걸고 죽기 살기로 정진하라.’ 지체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법, 지체가 아니라 죄를 끊으라는 말씀이겠습니다.
주님! 당신의 말씀 하나하나가 태산 같습니다. ‘한 자 한 획’도 들어 올리기 힘든 말씀입니다. 저는 ‘아니오.’라고, 못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당신에 대해선 ‘예’입니다. 제 죄를 껴안고 당신 몸을 십자가에 못 박으신 당신의 사랑에 대해선 ‘예’입니다. 당신의 사랑에 응답하는 제가 되게 하소서.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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