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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仰人의 삶

성모님이 삼신할매인가?

성모님이 삼신할매인가?

한국인들의 종교생활을 꼬집어 ‘시루떡 신앙’이라 말한다. 여러 가지 신앙이 층층이 쌓여있다. 제일 위의 표면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덮여져 있지만, 한 층을 걷어내면 유교적인 신앙, 또 한 층을 걷어내면 불교적인 신앙, 또 한 층을 걷어내면 귀신 숭배의 무속적인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도 많은 이들이 천주교를 ‘마리아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혹시 전통적인 무속신앙에 성모님을 집어넣은 그릇된 사고나 믿음이 우리 신자들에게 있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보자.

교구장님이 금지하는 나주 윤율리아를 찾아가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은 기복신앙에 뿌리박혀 있는 호기심 때문이 아닌가?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전후하여 많은 이들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 들였지만 많은 이들이 과거에 몸 담았던 사상이나 믿음을 청산하고 온전히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하였다.

성모님을 묘사한 이콘을 살펴보면, 성모님의 시선은 언제나 세상이 아니라 내면, 즉 하느님을 향하고 있으며 그분은 언제나 성령을 호흡한다. 또한 그분은 말을 하기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이것은 성모님이 하느님의 말씀과 뜻에 순종하는 참된 신앙의 모델임을 나타낸다. 신앙이 하느님의 뜻에 죽기까지 순종하는 것이라면 죄는 하느님의 뜻에 죽도록 불순종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진정으로 공경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는 사람이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온전히 ‘신앙의 복종’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탄생시키는 사람이다. 우리는 성모님처럼 ‘신앙의 복종’을 함으로써 예수님을 이 세상에 현존시켜야 한다. 그런 사람이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공경하는 진정한 신앙인이다.

우리 교회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신앙의 복종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시고, 우리는 그 아들이 주님이심을 믿기 때문에 성모님을 공경한다.

마리아의 전 생애는 아들 예수님과 일치하는 생활이었다. 이 일치는 마리아의 동정 잉태에서부터 아드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드러난다. 무죄한 아들이 십자가 위에 못 박히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그 고통도 모두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신앙의 순종이었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함에 있어 어머니 마리아는 아들 예수님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신앙은 성모님처럼 인간의 말로써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임을 머리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받아들여야 한다. 성모님을 닮은 예로 막시 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님 이야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콜베 신부를 성모님처럼 구원의 협력자가 되게 하셨다.

예수님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 삶은 결코 구원의 협력자도, 구원의 도구도 될 수 없다. 교회는 성부의 뜻과 성자의 구속사업과 성령의 모든 활동에 전적으로 헌신하신 마리아를 ‘구원의 협력자’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인 만큼 우리는 구원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오랜 옛적부터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로 공경을 받으셨고,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 그분에게 도움을 간청하였다. 하지만 마리아께 대한 공경은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의 공경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성모님을 공경한다면 우리도 성모님처럼 예수님과 일치하는 생활을 함으로써 구원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결국 성모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애 전체가 예수님을 강생시키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어 우리가 이 시대의 하느님 어머니가 되고 구원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다.

세속적인 부귀영화가 인생살이의 목적이고 목표이며, 그것을 신으로 섬기는 현대인들에게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는 참 신앙인이 누구인지 우리 삶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2코린 2,14-15의 말씀과 함께 강의를 마친다.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분께서는 늘 그리스도의 개선 행진에 우리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내가 우리를 통하여 곳곳에 퍼지게 하십니다. 구원받을 사람들에게나 멸망한 사람들에게나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 대구대교구 사무처장 하성호 신부 특강내용